꽃샘의 데일리로그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의 방향성 점검 본문
안녕하세요. 꽃쌤입니다.
오늘은 학교폭력 예방법 개정안 통과를 맞이하여 '지금 서울교육' 소식지에 실린 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경기고등학교 교사이자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의 대표저자 왕건환 선생님의 글입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학교법, 학교폭력에 대해 궁금은 했지만 크게 찾아보거나 하는 액션은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아동의 권리가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교사로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은 부산, 서울, 교육부에서 내놓는 소식지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소식지를 살펴보며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글들은 블로그 포스팅을 진행하고 있으니 제가 읽어본 글들을 선생님들도 함께 살펴보시며 교육의 흐름, 시대의 방향에 대한 견문을 넓히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폭력,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할 때
우리나라 교육제도 형성에 직접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 미국의 학교폭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이상적인 교육선진국으로 보는 북유럽 국가들에서조차 심각성은 끊이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폭력성으로 전학된 15세 학생이 14세 동급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초 베르텔스만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일에서도 초중등 학생 중 65%가 ‘놀림, 왕따, 구타 등 교내 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여 충격을 안겼다.
우리나라는 2011년 동급생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한 중학생 자살 사건이 학교폭력 예방법을 촉발시켰다. 덕분에 집단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나, 크고 작은 학교폭력 사건도 끊이질 않고 있다. 학생들의 집단 성폭행이나 살해 같은 사건이 요즘도 간간이 보도되지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큰 주목을 받지도 못하는 지경이 됐다. 게다가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도 소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교육이 마비되며 오히려 화해는 어려워지고, 새로운 양상의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동급생끼리의 신경전이나 욕설 같은 다툼부터, 신체·정신적으로 평생의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거나 어린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나마 다행히도 학교폭력 예방법도 계속 개정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이 시점에 기존 학교폭력예방법의 부작용과 개정의 방향성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본질적인 교육보다는 행정절차에 매몰된 학폭위
대부분의 교육 문제도 그러하듯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서 문제 발생을 ‘0’으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상적인 논의는 탁상공론으로 취급되기 쉽다.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치국가에서는 법률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그래서 강화된 것이 학교폭력예방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 학교폭력 예방법)이다. 분명히 그 촉발 원인이 됐던 집단적, 지속적, 조직적 괴롭힘이나 속칭 일진들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데에는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도 있다.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인 학생들의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주지 못했다. 또한 인간관계를 위한 사회적 기술이나 갈등 해결 능력을 키워주지는 못한 채, 학폭위를 통한 억제에 의존했다. 법에 의한 처벌 없이는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겠지만, 교육적인 방법으로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위축됐다. 현행 학폭법은 오히려 기계적인 행정절차와 처분 과정으로 인해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측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생긴 문제 역시 법령상의 조치로 해결하려다가 끝없는 민원과 소송 시비를 낳고,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고통받았다. 따라서 시급한 개정이 필요했다.
학폭위가 강화된 것은 학교폭력을 섣불리 무마하거나 은폐, 축소하지 말고 위원회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말 그대로 ‘자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학폭위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보다는, 법령에 정해진 다음 조치 중 무엇을 내릴 것인가의 논쟁으로 변질되어버렸다. 그리고 단위 학교마다의 전문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렵기에,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는 것부터 일관된 조치를 결정하는 것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한 시비도 많았다.
재심이나 행정심판의 상당수는 학생에게 얼마나 교육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내려 해결했는지보다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로 인해 결과가 번복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행정절차를 얼마나 실수 없이 정확히 처리했느냐가 학폭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담임교사나 학폭 담당 교사의 실수나 허물을 확대하는 인신공격을 시도하며, 헌신적으로 지도한 교사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매도하기도 한다. 민원과 소송을 비롯한 위협으로 피해 또는 가해 학생과 학부모는 분풀이뿐만 아니라, 학폭위를 파행으로 유도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는 시도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의 본질은 피해학생 측의 보호와 상처 치유, 가해학생 측의 반성과 재발 방지다. 교사의 역할은 이런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적 조치이지, 행정절차 실수를 없애기 위한 기계적인 조치가 아니다. 상대를 엄벌하는 것이 피해 예방과 회복을 위한 최적의 조치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본질은 뒷전이 되고, 복잡한 행정절차의 완결성에 골몰하다 보면 본질은 흐려진다. 그것은 법리적 허점을 찾아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끝없는 감정싸움에 부채질을 하기 십상이다.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은 수업과 상담, 학급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갈등 예방 및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이 지켜질 수 있게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반 교사들에게 적용되는 법규가 간소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교사의 지도 범위를 넘어가는 사건은 전문가가 다뤄야 한다.
제16조(피해학생의 보호)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 |
가해학생 조치의 생활기록부 기재
학교폭력은 대부분이 폭행, 명예훼손, 모욕, 성폭력 등 형법상의 범죄이므로 형사 처분의 대상이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개전 가능성이 크며 낙인 효과를 방지하고 교육적 조치를 위한 목적 등에 따라 다르게 처리한다. 학교 내에서는 교사의 지도나 위원회에서 처리했고, 학교의 범위를 넘어서면 법원에서 다뤄왔다. 소년은 성인에 비해 감형을 받으며, 형사재판으로 실형을 선고받기 이전에 소년 보호 재판을 통해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소년법 제32조에 의한 처분은 아래와 같다.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①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
학폭위의 가해학생 조치와 닮아 있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외부에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처분을 받은 사유를 말하도록 누구도 강요할 수 없이 비밀이 보장된다. 8~10호의 소년원은 마치 대안형 위탁학교와 유사하게 운영된다. 원래 학교의 학적을 유지한 채, 공식 명칭으로는 직업전문학교인 곳에서 수업을 받다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원래의 학교로 돌아오게 된다. 상해치사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가는 소년 교도소와는 다르다. 소년법 제32조에 따라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런데 이런 소년법의 취지와 모순되는 조항이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있다. 가해학생 조치를 생활기록부에 입력하고, 상급학교 진학에 일부 지장을 준 후, 졸업 2년 안에는 결국 모두 삭제하는 것이다.
강제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은 상급 중·고등학교에 배정될 때 피해 학생이 배정될 학교와 떨어진 곳에 배정되는 정도의 영향이 있다. 그런데 이보다 낮은 처분도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 등 생활기록부를 확인하는 입시에서 반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현재 전체 선발 인원의 1/4 정도다. 물론 면접관들은 가해 학생의 자세한 사건 경위는 알 수가 없고, 학폭위 조치가 몇 호인지 기록을 통해 수위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가해 학생의 말을 통해서 반성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기록이 있더라도 학교에 다니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면 입학시킬 수 있다. 졸업 전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생활기록부를 요구받을 때 사용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나 졸업 후 삭제되니 졸업한 해 3월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쉽게 말해, 일부 학생의 입시 선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제외하면 생활기록부 기재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 전반이나 전학 조치가 아니면, 출석정지 처분 정도에서 미인정 결석 일수가 올라갈 뿐이다. 그런데 학폭위는 종종 어떤 조치를 내리고 기록하느냐에 대한 싸움이 되고 만다. 생활기록부 기록은 학생 지도에 참고하기 위한 자료가 될 뿐, 그것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두려워할 만큼의 낙인효과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학교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싸움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교사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학생에 대한 정보는 그 학생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생활기록부 기록이 아니더라도 지도에 참고하기 위해 교사들끼리 학생이 어떤 전력이 있는지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적어도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사실을 공유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상적인 학교다.
하지만 이런 생활기록부 기재를 막기 위해 법조 중개인이 개입하거나 수백만 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들이고 학폭위에 제동을 거는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 위원회 개최 및 기록과 삭제 절차에 따른 행정부담 역시 적지 않다. 생기부 기재 이외에는 실질적인 처벌이나 경각심을 줄 만한 요소가 적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하지만 생기부 기재로 인한 수많은 행정 부담과 민원 소송, 화해 방해 등의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생기부 기재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하겠다. 진정 반성하고 사과하여 피해자의 회복을 도와야 할 것인데,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해서 가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쌍방 가해로 몰아가는 등 어른들의 법정 싸움을 닮아간 것이다.
처벌보다는 예방과 도덕성 함양이 먼저
물론 모든 수단을 다 쓴다 해도 학교폭력의 발생률이 ‘0’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스트레스가 ‘0’이 되지 않고, 살아가면서 갈등은 늘 발생한다. 학교의 역할은 갈등 예방 및 해결 기술을 가르쳐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정의롭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덕성 발달의 가장 낮은 단계인 ‘처벌과 복종’에만 의존해서는 학생들의 도덕성을 키우기 어렵다. 처벌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학폭법의 부작용이 그나마 줄어들 것이라 다행이라 하겠다.
수많은 논의 끝에 이전보다는 나은 체제로 가기 위한 노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수많은 개혁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서양에서 수백 년간 쌓아 올린 근대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수십 년 만에 빠르게 발달하며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 나름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됐어도 차라리 학폭법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너무 멀리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하나씩 조금씩이라도 해결되고 있다는 희망을 걸어본다. 모두가 소통하고 공감하며 희망을 지켜가야 한다는 상투적인 말이, 그래도 진리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학폭법 개정 내용
1.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학교 자체 해결 제도 도입(2019년 9월 예정)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학교 내외의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지고, 예방 및 갈등 해결을 위한 교육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방해해온 것도 학폭법이었다. 학폭법에서는 비속어를 섞어서 친구에 대한 불평 몇 마디 하는 것조차 학폭위에 회부하여 수많은 행정절차를 거치는 것이 적법절차이고, 이러지 않으면 교사가 은폐, 축소로 인한 징계를 각오해야 한다. 교육적 지도를 통한 치유와 반성을 방해하고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가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학폭법의 역할과 공을 인정하고, 이제는 개정해나가야 할 때이다.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만들어진 법을 엄격히 지키려면 하루에도 수십 건의 학폭위를 개최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암묵적으로 묵인되어왔던 자체 해결이, 이번 법 개정 덕분에 공식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법규 행정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 화해와 회복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학폭위를 열지 않고 자체 해결 가능한 경미한 사안의 판단 기준은 앞으로도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우측과 같이 마련되고 있다.
2.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단위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기능을 이관(2020년 3월 이후 예정)
교사가 수많은 행정절차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골몰하기보다는, 학생을 보살피고 교육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적 해결에 집중하다가, 교육적 해결이 어려운 비교적 심각한 사안은 교내에서 심의하여 전문 인력이 상주하는 교육지원청으로 상신하여 전담하게 하는 체제가 훨씬 효율적이다. 학폭위에서 최고 징계는 강제전학 또는 퇴학이나, 이 이상의 처분이 필요한 학생에게도 전문적인 조치를 내리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3. 이원화되어 있던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 재심절차를 폐지하고,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이 조치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학교폭력 처리절차를 일원화·간소화
학폭위에 불복하는 재심 청구로 인한 행정낭비가 심했다. 이전보다는 나은 체제로 보다 효율적인 처리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4. 가해학생 처분 1~3호는 1회에 한하여 기재를 유보 (향후 교육부 발표 예정)
교육부의 정책숙의제가 진행 중이다. 그나마 과도기적인 절충안으로 비교적 경미한 1~3호는 기재를 유보했다가 재발 시 기록하는 방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4호 이상이 아닌, 1~3호를 받기 위한 다툼이 발생하겠지만, 그래도 교내봉사 이하인 1~3호 기록 때문에 재심과 소송으로 번지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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