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의 데일리로그
교사 레시피 :: 아이들의 권리, 놀기 본문
아이들의 미래 모습을 바꾸는 ‘놀이’
놀이는 아동의 일상에서 중요시되어야 하는 주요 행위다. 놀이의 특성은 여가나 교육 등과는 다르다. 따라서 아이들은 교육과 놀이를 균형 있게 경험해야 한다. 그러나 놀이 시간, 내용, 공간 등의 실태는 매우 빈약하고 관련 법은 흩어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놀이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정책과제 개발과 시행이 요구된다.
아동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
‘아동이 왜 놀이를 하는가’를 설명하는 여러 고전, 근대, 현대 이론이 당당하게 있고, 학습과 동기 등의 연구 영역만큼 탄탄한 놀이 연구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를 아동 권리와 연결해서 ‘이들이 놀아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며 설득하려 한다. 마치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 등의 높은 수준보다 규제적 단계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과 놀이를 권리적 차원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유사한 모습이다. 법적인 것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동안 계도기간이라는 것을 갖는다. 사람들에게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습관화된 행위들에 대해 의식적으로 변화를 고려하도록 시간을 주고자 함이다. 아동의 놀 권리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계도기간의 모습인 듯하다.
아이들을 사회가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인정하는 관점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변화되어왔다. 성인이 지닌 아동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람이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필리프 아리에스다. 그는 <아동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중세사회는 아이를 어른이나 젊은이와 구분하지 않고 봤기 때문에 아동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매우 미숙하고 버르장머리 없으며 익명 상태였다고 했다.
20세기가 되면서 스웨덴의 사상가인 엘렌 캐롤리나 소피아 케이는 <어린이의 세기>라는 책을 1900년도에 발간했는데, 20세기부터는 새로운 인간 양성을 위해 ‘어린이의 존엄과 권리’를 인정하고 이들의 개성을 실현하도록 하는 새로운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20세기는 어린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시작됐고 어린이를 보호, 격리하고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서 학교가 출현하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로서 어린이를 보는 관점도 확대되는 혼돈의 시기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대인 1923년에 소파 방정환 선생님 등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앞서 지정하면서 아동기의 중요함을 공표했다. 어린 아동을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높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이’라는 말을 넣어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어린이 존중을 일찍 부각하면서 1957년에 어린이헌장이 만들어졌고 이것을 토대로 1988년 5월에 11항으로 대한민국어린이헌장을 개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어린이헌장 제5항은 ‘어린이는 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받아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우리보다 한 해 뒤에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아동권리협약(CRC)’을 190여 개 나라가 비준했다. 이 협약의 31조 1항에도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라고 명시하고 있다.
20세기에 어렵게 찾아진 아동기의 중요성은 아동 권리로 연결됐고 이제 21세기에는 그것을 꽃피우고 첫 열매를 맺도록 할 시기이기도 하다. 아동은 인간 자체의 존재 가치와 권리적 주체로서 하고 싶은 일을 일상에서 해야 하며 균형적 삶을 영위하도록 사회와 성인들이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이것이 가능해진다. 아동은 성인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학습함은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놀이에 몰두할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어떻게 놀이를 확산할 것인가
놀이는 ‘무목적적이면서 내적 동기가 풍부하여 항시 하고 싶어지고, 즐거움을 유발하며, 반복적으로 행해도 지루하지 않고, 적절한 각성 수준을 유지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놀이는 고등정신기능을 지닌 인간만이 나타내는 독특한 특성이다. 수준 높은 포유류에서 신체 놀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인간은 상상놀이, 규칙이 내포된 게임놀이(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장기 등), 자발적 스포츠도 적극 시도하고 이를 오랫동안 즐긴다. 미래의 성공과 안위를 위해 일초도 아끼며 오로지 학습만을 준비해야 하는 과열된 현재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앞으로 미래 사회에도 적합할까를 크게 고민해야 한다. 학생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공부’, ‘학원’, ‘학습’이라는 용어는 항시 ‘이제 그만 놀고 공부해야지’라는 지시와 함께 유지되어왔다. 놀이와 학습이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기술발달이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을 향해, 학교와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고 변화를 꾀하기 위해 놀이는 더 강조되어야 한다. 미래인간상을 대부분 4C로 요약하는데,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비판적사고력(critical thinking), 협업능력(collaboration) 등은 과거 공부법으로는 습득이 어렵다. 놀이는 4C 형성뿐 아니라 사회성 및 회복탄력성, 신체적응력을 크게 발달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놀이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째, 놀이는 반복성이 큰 특징이므로 반복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의 시간은 기관의 운영시스템과 성인들의 엄격한 시간 관리로 통제된다. 많은 나라에서는 수업과 수업 시간 사이의 쉬는 시간을 좀 더 늘리고 점심시간을 연장하여 놀이시간의 균형을 갖추고자 오래전부터 노력해왔다. 학생들의 놀이 시간은 권리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인간상을 위한 형성과정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둘째, 놀이는 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운동장이나 복도, 중앙현관 등 여러 공간을 놀이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놀이나 스포츠를 할 공간은 수업공간만큼이나 필요하며, 이를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성인들의 놀이에 대한 신념을 점검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나 성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문화적인 놀이에 대한 규제, 성인들의 놀이에 대한 폐쇄적, 부정적 신념들을 바꾸고자 노력해야 한다. 변화의 노력이 없다면 과거 18~19세기 아동관이 팽배한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넷째, 놀이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아동 주도적이고, 자율적이며, 스스로 몰두하고, 자유롭게 반복하며, 즐거움의 표현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특성은 놀이가 프로그램화하거나, 체험활동처럼 누군가가 기획한 것으로 변질되거나, 일회적 경험으로 제공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이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지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 및 교사에 대한 정책이 있듯이 학교에서 아동 놀이를 정착하고 확대하기 위한 학교놀이정책, 국가놀이정책이 반드시 수립되고 구체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교사를 위한 양성과정에서도 놀이의 이론과 중요성, 놀이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탐색에 대한 내용이 과목으로 개설되어야 할 뿐 아니라 교사가 된 후에도 재교육과정에서 놀이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 60여 년 동안 오로지 놀이를 연구한 서톤 스미스는 아동의 사회적 주체성, 아동의 바람직한 발달과 성장을 위한 진보, 매일 삶에서 이완과 휴식을 위해 즐거움을 찾는 개인적 자아로서 ‘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놀이가 아동의 일상에서 즐겁게 녹아 있기를 바란다.
위 글은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인 김명순 교수가 쓴 글로 서울시교육청 교육소식지 , 지금 서울교육 2019년 5월호에 실린 글을 발췌하여 온 글입니다.
아래의 상자를 클릭하시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ow.sen.go.kr/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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